제로웨이스트 실천일기: 실버세대가 손수 만든 장바구니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일이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은퇴 후, 비닐봉지를 줄이자는 작은 실천에서 삶의 또 다른 재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가 직접 만든 천 장바구니를 사용하면서부터였죠. 몇 달 전, 비 오는 날 바람에 뒤집힌 우산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거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그렇게 버려질 뻔한 우산 천으로, 저는 직접 장바구니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젊은 날 바느질을 즐기던 손끝 감각을 되살려, 소품 정리 주머니부터 야채 장바구니까지 만들었죠. 이 작은 시도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망가진 우산, 그냥 버리기엔 아깝잖아요
장마철이면 몇 개쯤은 망가진 우산이 생깁니다. 대개는 비닐에 싸서 분리수거함에 넣지만, 저는 우산 천이 너무 멀쩡해 보여 아깝더라고요. 방수도 되고, 재질도 질기고, 무엇보다 색감이 예뻤습니다. 예전에 커튼으로 주머니를 만든 기억이 나서 ‘이걸로 장바구니를 만들어보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산 해체부터 시작한 장바구니 제작기
먼저 우산살을 전부 조심스럽게 분리했습니다. 천이 찢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실을 뜯어내고, 원형 천을 펼쳐 네모 형태로 자른 다음 안쪽이 보이지 않게 접었습니다.
겉면끼리 맞대어 바느질한 후, 손잡이 끈은 우산 자투리 천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려 만든 장바구니는 놀랍게도 매우 가볍고 튼튼했습니다. 비 올 때 들고 다녀도 젖지 않으니 오히려 비닐봉지보다 낫더라고요.
재활용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나가다
그 장바구니를 들고 근처 시장에 갔습니다. 야채가게 사장님께서 “어머 이거 뭐예요?” 하고 물으시더군요. 망가진 우산이라고 하니,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날은 부침개 재료 몇 가지를 샀는데, 우산 천이 워낙 방수가 잘돼서 야채의 수분도 전혀 배지 않더군요. 기능성까지 갖춘 셈이죠.
사용하면서 느낀 점
이 장바구니를 쓰고 나서 비닐봉지를 쓸 일이 정말 줄었습니다. 이전에는 시장 한 번 가면 3~4장은 기본으로 받았는데, 지금은 2주에 한 번도 안 받습니다.
무엇보다 ‘버려질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제로웨이스트는 거창한 게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실천’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결론
망가진 우산 하나가 제 삶을 바꿨습니다. 그냥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을 활용해 보니, 쓰레기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커졌죠.
실버세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장바구니 하나가, 지구를 살리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제 하루는 더 의미 있어졌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단 하나의 망가진 우산으로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