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실천일기 – “남편의 선물이었던 블라우스를 다시 입다”
“남편이 선물한 오래된 블라우스를 리폼하며 추억을 되새긴 실버세대의 감성 바느질 이야기. 옷 리폼은 단순한 수선이 아닌 삶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옷장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된 리넨 블라우스를 발견했습니다. 그 블라우스는 남편이 선물해 준 추억이 담긴 옷이었습니다.” 그 옷에는 그동안 잊혔던 추억이 담겨 있었죠. 남편이 해외 출장을 다녀와 무뚝뚝하게 내밀었던 얇은 리넨 100 소재에 손 자수가 가득한 블라우스였습니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주고 두 개나 산 거라고 했지만 그땐 막 40이 되던 때라 사이즈도 크고 자수도 마음에 들지 않아 거의 입지 않고 장롱 속에 넣어 두었었지요. 이제 보니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옷이고 그사이 취향도 바뀌어 그 옷을 이제는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여름에 민소매 위에 걸쳐 입으면 괜찮을 것 같아 몇 군데 고쳐 보기로 했습니다. 실과 바늘을 들고, 오랫동안 구석에 놓여있던 재봉틀을 꺼내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제로웨이스트 리폼’ 옷 은 젊은 시절로 나를 되돌려 줍니다.
✅ 추억이 담긴 블라우스, 왜 리폼을 결심했을까?
그 블라우스는 제 기억으로는 2005년 여름 어느 날 해외 출장을 몇 주 다녀오며 사 온 남편의 선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에는 정말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선물 살 시간을 못 내다가 귀국을 하루 앞두고서야 그곳 바이어의 도움으로 급히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이 너무 이상해 보이고 마음에 안 들었었지요. 그래도 내색은 하지 않고 옷장에 잘 걸어두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고맙다는 말을 했답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버릴 수 없을 것 같았고, 답답한 목과 허리선만 수선하면 여름철 카디건 블라우스로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버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 실버세대 블라우스 리폼 시작하기
우선 블라우스 깃은 뜯어내고 허리에 잡혔던 다아트를 텄습니다. 오래전에 쓰다 넣어 둔 레이스 천들을 살펴보다가 적당한 레이스를 찾았습니다. 작은 자투리여서 충분할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여유 있게 남아있었습니다. 목선은 살짝 파서 편하고 시원해 보였습니다.
소매는 조금 줄여 볼까도 했지만 필요할 때 접어 입기로 하고 그냥 두었습니다.
✅ 실버세대 바느질로 되살린 남편과의 기억
바느질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예전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남편이 워낙 조용해서 젊은 시절 바쁜 직장 생활의 고충도 편하게 터놓지 않아 전 많이 답답했었지요.
IMF 시기에 겪었던 실직, 그 후 재취업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맞게 된 퇴직, 고심 끝에 한 창업은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접어야 했던 때... 생각해 보니 지난 세월이 쉽지 않았었습니다. 많은 것을 묵묵히 품어내다 병석에 누워 지냈기도 했던 남편이었습니다.
그 순간들이 바느질 속에 다시 피어나는 듯했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리폼은 단순히 낡은 옷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어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 옷 리폼 후 느낀 감정 – 추억의 옷을 다시 입으며
옷이 완성되고 나서, 조심스럽게 그 옷을 입어봤습니다.
몸에 맞게 다듬어진 블라우스는 편안했고,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옷에 새로운 숨결이 불어넣어 진 순간이었죠.
“이렇게 실버세대의 옷 리폼을 마치고, 그 옷을 다시 입으니
20년 전 그 순간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남편에게도 좀 더 다정한 마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