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인생

라디오 DJ가 된 60대, 실버세대의 취미가 직업이 되기까지

badaja-sun 2025. 7. 24. 12:15

누군가는 인생을 60세에 마무리되는 여정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나이를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본다. 특히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이 글은 60대에 라디오 DJ라는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이며, 단순한 직업 전환이 아닌, 취미가 어떻게 삶의 본질을 바꿔 놓았는지를 담고 있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중·장년층이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라디오는 단지 음성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다. 누군가의 추억을 건드리고, 감정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다. 그런 의미에서 60대의 인생을 라디오에 담는다는 것은 단순한 취미생활의 연장이 아닌, 진정한 자아실현의 과정이기도 하다.

 

실버세대의 취미로 라디오 DJ가 되다

 

실버세대가 처음 마이크 앞에 섰던 순간, 두려움과 설렘의 공존

라디오 DJ가 되기 전, 그는 은퇴 후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하는 ‘성인 취미 클래스’에 등록했다. 취미의 시작은 단순한 음악 감상이었다. 70~80년대 팝송을 함께 듣고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는데, 음악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감성 넘치는 해설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우연히도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국에서 매주 1회 음악 프로그램을 맡을 DJ를 찾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처음 마이크 앞에 섰다. 처음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어색하고, 청취자의 반응이 없어 허공에 말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법을 배웠고, 음악을 통해 청취자와 연결되는 깊은 감정을 체험했다.

 

전문 DJ로 성장하는 실버세대,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공감 능력’

전문 DJ가 되기 위해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송국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발음, 억양, 스크립트 작성 능력은 갖춰야 한다. 그는 별도의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하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 강의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스로 체계적인 목소리 훈련을 하고, 매일 10분씩 꾸준히 자신의 방송을 녹음해 들어보며 피드백을 작성했다. 그는 이렇게 전문 방송인의 목소리를 만들어 갔다. 초기에는 평범한 음악 소개 수준이었지만, 점점 자신의 인생 이야기, 시대적 배경, 음악이 만들어진 역사 등을 더해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중장년층 청취자들에게는 그가 들려주는 세월의 기억이 큰 공감을 자아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청취자와의 ‘감정 공유’가 라디오 DJ의 가장 큰 무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지 기술이나 목소리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인간적인 울림이 있었다.

 

방송국의 정식 제안, 실버세대의 취미가 직업으로 바뀐 순간

처음엔 주 1회 녹음 방송으로 시작했지만, 프로그램이 점점 인기를 끌자 지역 방송국에서 그에게 정식 제안을 했다. 생방송 DJ로 주 3회 고정 편성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망설였다. 나이도 많고, 생방송이라는 압박감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생방송 날, 그는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준비했다. 음악 선곡은 물론이고, 사전 대본 구성, 실시간 청취자 사연 대응까지 완벽히 준비했다. 방송은 성공적이었다. 생방송이 끝난 후 수많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할아버지 DJ의 목소리에 위로받았다”, “내 청춘 시절의 음악을 다시 들어 너무 반가웠다”는 메시지는 그에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그는 ‘취미로 시작한 일’을 ‘직업’으로 승화시켰다.

 

실버세대, 원하는 ‘느린 콘텐츠’의 상징이 되다

빠른 정보와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그의 방송은 오히려 ‘느림의 미학’으로 청취자에게 다가갔다. 정제된 목소리, 공감 가는 이야기, 익숙한 음악은 디지털 환경에 지친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20~30대 청취자들도 그의 방송을 듣기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 목소리 같아서 좋다”, “옛날 음악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연스레 그는 라디오뿐 아니라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혔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라디오 DJ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도 제작했다. 그렇게 그는 단지 한 명의 DJ가 아닌, ‘세대 간 소통을 연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했다.

 

실버세대의 새로운 도전이 주는 메시지

그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나이 많은 DJ의 등장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모든 ‘은퇴자’ 혹은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롤모델이 되었다. 지금도 그는 말한다. “인생에 늦은 시점은 없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을 찾았다면, 그게 언제든 시작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직접 행동으로 증명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강력한 진심이다. 그의 삶은 수많은 중년층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변화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도전’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맺으며: 나이에 굴복하지 않은 실버 인생의 증거

라디오 DJ가 된 60대의 여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증거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어떻게 직업이 되고,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라디오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도 이 이야기처럼, 단 하나의 ‘진짜 하고 싶은 일’에서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